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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IMATION/TV

천재 꼬맹이들의 목숨을 건 탈옥기, 약속의 네버랜드

D 2021. 4. 17.

약속의 네버랜드
약속의 네버랜드

 

한 때 애니메이션 업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TV 애니메이션 <약속의 네버랜드>가 드디어 넷플릭스에 서비스되었습니다. 워낙 유명해서 DVD라도 사야 하나 고민하던 찰나, 목 빠지게 기다리던 일이 성사되어 기쁠 따름입니다. 아쉽게도 1기만 서비스되고 있지만 곧 2기도 풀리지 않을까 기대 아닌 희망을 해봅니다.

 

<약속의 네버랜드>는 2016년 12월, 처음으로 세상에 공개되었습니다. 연재 당시부터 큰 인기를 끌었고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된 이후에는 더욱 급속도로 퍼져나가 이제는 모르는 사람이 적을 정도입니다. 원작은 2020년 10월에 완결되었고 애니메이션은 최근 2기가 종영되었습니다. 이번 포스팅에서 다룰 내용은 애니메이션 1기 내용입니다.

 

약속의 네버랜드 영화
약속의 네버랜드 영화

 

총 12화로 구성된 <약속의 네버랜드> 1기는 불꽃 튀기는 두뇌 게임의 연속입니다. 열한 살과 성인의 대결이 어처구니없지만 손에 땀을 쥐는 심리전을 만끽 수 있습니다. 매 회마다 서로 속고 속이는 눈치 싸움이 이어지고 탈출하려는 자와 가둬두려는 자의 뉴런 터지는 싸움이 쉼 없이 펼쳐집니다. 정말로 장관입니다.

 

집중해서 보다 보면 아무리 천재라지만 열한 살의 꾀라고는 믿기 힘들 만큼의 온갖 트릭과 권모술수가 등장하는데 흡입력이 상당합니다. 짜임새, 연출, 완성도까지 삼합을 고루 갖춘 작품이라고 자신합니다. 작품성 또한 빠지지 않습니다. 심리 스릴러를 좋아한다면 <약속의 네버랜드>는 꼭 보셨으면 합니다. 장담하는데 뒤통수를 자주 사수하셔야 할 겁니다.

 

<약속의 네버랜드>는 까도 까도 끝이 없는 양파와도 같은 작품입니다. 마지막까지 온갖 비밀과 숨겨진 설정이 등장해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는 재미가 상당합니다. 그 많은 복선을 넣고 떡밥을 회수하면서도 트릭의 세밀한 부분에서조차 어긋남이 없으니 작가의 역량이 상당하다고 보입니다.

 

약속의 네버랜드 애니메이션
약속의 네버랜드 애니메이션

 

<약속의 네버랜드>의 줄거리는 낙원이라고 여겼던 곳이 사실은 끔찍한 지옥이었음을 깨닫고 생존을 건 탈출을 감행하는 이야기입니다. '하우스'로 통하는 아늑한 집에서 생활하는 아이들은 때가 되면 좋은 가정에 입양될 거라는 희망을 품고서 밝고 행복하게 지냅니다. 가족 중 누군가가 입양되어 하우스를 떠날 때면 대대적인 배웅까지 합니다.

 

주인공인 엠마는 누구보다 순수한 아이로 입양이 결정된 코니가 가장 좋아했던 인형을 두고 떠났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어떻게든 전해주고자 하우스를 나섭니다. 울타리를 넘어가서는 안 된다는 규칠까지 깨고 커다란 문 앞에 당도한 엠마는 조심스레 발을 들여놓았다가 생각지도 못한 끔찍한 장면을 마주하게 됩니다.

 

사실 코니는 입양이 아닌 '귀신'이라 불리는 식인 종족의 먹이로 선택된 것이었습니다. 하우스에 있는 아이들은 귀인들의 먹이로써 양육되고 있던 것입니다. 엠마는 걱정되어 쫓아온 노먼의 도움으로 귀신에게 들키지 않고 하우스로 돌아오게 됩니다. 이후 가까스로 현실을 받아들이며 노먼, 레이와 힘을 합쳐 탈출 계획을 세우기에 이릅니다.

 

약속의 네버랜드 애니메이션 1기
약속의 네버랜드 애니메이션 1기
애니메이션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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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의 네버랜드> 본편에서 등장하는 코니가 귀신에게 잡아 먹히는 장면입니다. 성인이라 할지라도 오금을 지릴 텐데 고작 열한 살의 나이로 끔찍한 식인을 접했으니 그 속이 어떻겠습니까.

 

일반적인 경우라면 공포에 사로잡혀 폐인이 되었다 해도 이상하지 않겠지만 엠마는 두려움에 떨면서도 필사적으로 벗어날 방법을 강구합니다. 개인적으로 적응이 너무 빠르다고 생각되지만 주인공 버프라 생각하고 사소한 개연성은 넘기도록 하겠습니다. 천재라는 설정 하나로 밀어붙이려는 것 같으니 적당히 넘어가 주는 센스도 필요하지 않을까 합니다.

 

애니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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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의 네버랜드>에 등장하는 주인공인 엠마입니다. 머리가 좋지만 늘 덤벙거리고, 정에 약하고, 신체 능력 활용에 더 두각을 드러내는 캐릭터입니다. 하우스에서 매일 치러지는 특수한 시험에서 TOP 3에 들만큼 비상한 두뇌를 가졌습니다만 '학습 능력이 매우 뛰어난 편'에 더 가깝습니다. 굳이 천재라는 말을 써야 한다면 '성장형 천재'가 맞을 것 같습니다.

 

엠마는 결코 존재할 수 없는 이상적인 캐릭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순수함 그 자체로서 만인을 사랑하고 자신을 한계 이상으로 희생할 수 있는 그야말로 현대판 마리아입니다. 투철한 정의감과 이타심, 태평양 같은 오지랖이 짬뽕되어 메시아가 땅을 치며 감읍할 정도라고 단언합니다. 마지막에 이르러서는 모두를 포용해야 한다는 엠마의 사상이 옳았음을 입증되는데, 여기서 작가의 의도를 알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스릴러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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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중에서 헤더 역할을 맡은 노먼입니다. <약속의 네버랜드>에서 엠마가 성장형 천재로 나온다면 노먼은 '완성형 천재'입니다. 직관적이고 냉철하며 모르는 것이 없고 어떤 상황이든 완벽하게 꿰뚫어 보는, 그야말로 재수 없는 두뇌를 가지고 있습니다. 엠마의 주장이 얼마나 터무니없고 불가능한 것인지 알면서도 사랑으로 승화시켜 버리는 일편단심 민들레 같은 놈이기도 합니다.

 

노먼은 계획을 실행에 옮기기도 전에 출하가 결정되어 하우스를 떠나게 되지만 1화 마지막에 이르러 엠마 일행이 탈출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요소는 그의 큰 그림 덕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신이 사라져도 엠마가 안전하게 탈출하도록 완벽한 계획을 고안할 정도이니 <약속의 네버랜드> 최종 보스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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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의 네버랜드>에서 현실 기어를 담당하는 레이입니다. 차갑고 무심해 보이는 얼굴 이면에는 친구를 끔찍하게 생각하는 츤데레가 안 숨은 듯 숨어있습니다. 기계에 정통하고 엠마, 노먼과 더불어 하우스 TOP3의 마지막 주인공이기도 합니다. 그만큼 머리 회전이 빨라 혼자 꽃밭을 거니는 엠마와 콩깍지에 눈이 먼 노먼과 자주 대립하기도 합니다.

 

결국에는 납득하지 못하면서도 엠마를 따르지만 레이 덕분에 제법 많은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게 됩니다. 현실 기어를 박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드러내 주는 캐릭터입니다. 엠마가 성장형 천재, 노먼이 완성형 천재라면 레이는 '생존형 천재' 정도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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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의 네버랜드>에는 천재 삼인방 외로도 주요 인물이 있는데 '마마'인 이자벨라입니다. 이자벨라는 아이들을 양육해 귀신들에게 납품하는 역할로 나옵니다. 여러 하우스 중에서 유일하게 최고 등급을 만들어 내는 능력자이기도 합니다. 삼인방과는 대척점에 서 있으며 갖은 방법으로 그들을 방해하고 제 위치를 지키고자 애를 씁니다.

 

초반에는 알려지지 않지만 <약속의 네버랜드>는 이자벨라 또한 하우스 출신으로 등장시킵니다. 출하가 결정되고 귀신과 대면한 그녀는 운이 좋게도 선택권이 주어집니다. 살아남기를 바랐던 이자벨라는 먹이가 되는 것을 거부하고 마마의 길로 들어서게 됩니다. 그녀는 오로지 살아남고자 귀신들이 요구하는 훈련을 이겨내고 갖은 시험을 통과해 지금 위치에 이른 것입니다.

 

약속의 네버랜드 해석
약속의 네버랜드 해석

 

하우스에 있는 많은 아이들은 믿었던 마마에게 배신당했다며 이자벨라를 잔악무도한 존재로 매도하지만 작중 흐름을 보면 제법 많은 생각이 듭니다. 그중에서도 작품 제목인 <약속의 네버랜드>에서 의미하는 '네버랜드'가 과연 무엇일까 하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아이들끼리 약속한 네버랜드는 하우스 너머에 있는 미지의 세계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자벨라는? 이자벨라가 그렸던 네버랜드는 평화로운 하우스와 행복 속에서 마지막을 맞는 아이들이었을 겁니다. 무사히 출하를 완료할 때마다 늘어나는 수명을 뼈에 새기며 굳건하게 지켜온 네버랜드가 무너지지 않기를 얼마나 바랐겠습니까.

 

<약속의 네버랜드>는 결말에 치달을수록 이자벨라 또한 귀신들이 만든 끔찍한 시스템의 피해자 중 한 명이자 사실은 아이들과 같이 하우스에 갇힌 신세에 불과했음을 여과 없이 드러냅니다. 가해자임과 동시에 피해자인 것입니다.

 

약속의 네버랜드 리뷰
약속의 네버랜드 리뷰

 

이자벨라를 좀 더 살펴보자면 그녀는 '완벽한 어머니'를 표방합니다. 정체가 들통나기 전까지는 한없이 자애롭고, 모든 아이가 절대적으로 신뢰하는, 세상에서 가장 다정한 어머니의 모습만 보여주는데 과연 그 모든 행동이 오롯이 연기에 불과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약속의 네버랜드>를 보면 이자벨라는 비록 정도[正道]는 아니지만 많이 비틀려 있을지언정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아이들을 사랑하지 않았을까 합니다. 서 있는 위치를 고려한다면 주어진 범위 내에서 아이들이 최대한 행복할 수 있게끔 노력한 것처럼 보입니다. 이면에는 최고 등급을 만들어 생존을 공고히 다지려는 목적이 있었겠지만 아이들에게 베풀었을 애정과 관용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고 생각됩니다.

 

약속의 네버랜드 엔딩
약속의 네버랜드 엔딩

 

넓고 아름다운 집, 울창한 숲, 풍족한 식사, 미소가 떠나지 않는 형제들, 모든 걸 아는 상냥하고 따뜻한 엄마까지. 이런 환경에서 자라는 아이라면 남부러울 것이 없어야 정상이지만 <약속의 네버랜드>는 지상 낙원과도 같은 이상적인 공간을 끔찍하고 반인륜적인 감옥으로 꾸몄습니다. 재밌는 것은 누군가에게는 벗어나야만 하는 감옥이지만 또 다른 이에게는 절대로 놓을 수 없는 감옥이라는 점입니다.

 

피터팬이 사는 네버랜드는 어른은 갈 수 없는 아이들의 유토피아로 나옵니다. 어쩌면 작가는 <약속의 네버랜드>에 등장하는 하우스 또한 아이들만 머물 수 있는, 꿈과 행복으로 가득 찬 곳이라는 의미로 '네버랜드'라는 말을 쓴 것이 아닐까 합니다. 결국 하우스를 네버랜드로 삼은 존재는 유일한 어른인 이자벨라였을 거라는 점이 아이러니 하지만 말입니다.

 

따지고 보면 이자벨라 또한 아이였을 적에 받은 충격과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하여 지금 같은 삶을 고수할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만약 정신은 여전히 어린 시절에 머무르는 중이라고 가정한다면 결국 <약속의 네버랜드>에 나오는 하우스에는 피터팬이 사는 곳처럼 아이들만이 존재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결론이 나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차이점이라면 이자벨라는 '내가 약속받은 네버랜드', 아이들은 '우리가 약속받을 네버랜드' 정도가 아닐까 합니다.

 

약속의 네버랜드 결말
약속의 네버랜드 결말

 

<약속의 네버랜드>는 2019년 처음 공개되었을 때만 해도 그해 가장 기대되는 작품으로 추앙받을 만큼 관심이 어마어마했습니다. 나날이 떨어져 가고 있는 일본 애니메이션 업계에 동아줄이 되어줄 작품이라 믿었건만 결과는 조금 달랐습니다.

 

가장 많이 제기되었던 불만은 '엠마를 너무 떼쟁이로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애니메이션에서는 본래 엠마의 아이디어였던 것을 노먼의 대사로 바꿔 버리는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엠마를 맹한 성격으로 노출하였습니다. 후반부로 갈수록 엠마 특유의 총명함이 빛을 발하니 캐릭터성은 유지하였다고 보이지만 그럼에도 각색이 지나치다는 의견이 압도적입니다.

 

또한 국내에 서비스되면서 제법 많은 장면이 편집되었다는 점도 팬들의 원성을 샀습니다. 작중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부분까지 검열이라는 이유로 잘라버려 너무한 거 아니냐는 비난을 받은 것입니다. VOD는 무삭제로 송출된다는 이야기가 돌지만 그마저도 어떤 IP TV를 이용하느냐에 따라 갈릴 것 같습니다.

 

약속의 네버랜드 실사 영화
약속의 네버랜드 실사 영화

 

마지막으로 <약속의 네버랜드>는 무려 영화까지 제작되었습니다. 국내에는 들어오지 않았지만 일본에는 놀랍게도 이미 개봉이 되었습니다. 배우들이 도저히 열한 살로 보이지 않는 것은 실사로 제작하면서 기본 연령을 원작보다 높였기 때문입니다. 그럴 수밖에 없었을 거라는 생각도 들지만 개인적으로는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포스터만 본다면 기대가 1도 안 되는데 의외로 관람한 분들은 '괜찮았다'라고 하여 솔직히 긴가민가합니다. 나름대로 원작 느낌을 잘 살리고 각색도 괜찮았다고 해서 이건 <약속의 네버랜드> 영화를 직접 봐야 이야기가 될 것 같습니다. 포스팅에서 말하고 싶었던 것은 <약속의 네버랜드>가 실사 버전도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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